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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 하늘> 1980년대 박노해 시(노동의 새벽에서 발췌)
우리 세 식구의 밥줄을 쥐고 있는 사장님은 나의 하늘이다 .
프레스에 찍힌 손을 부여안고 병원으로 갔을 때
손을 붙일 수도 병신을 만들 수도 있는 의사 선생님은 나의 하늘이다.
두 달째 임금이 막히고 노조를 결성하다 경찰서에 끌려가 세상에 죄 한번 짓지 않은 우리를
감옥소에 집어 넌다는 경찰관님은 항시 두려운 하늘이다 .
죄인을 만들 수도 살릴 수도 있는 판검사님은 무서운 하늘이다.
관청에 앉아서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는 관리들은 겁나는 하늘이다.
높은 사람, 힘 있는 사람, 돈 많은 사람은 모두 하늘처럼 뵌다.
아니, 우리의 생을 관장하는 검은 하늘이시다.
나는 어디에서 누구에게 하늘이 되나
代代로 바닥으로만 살아온 힘없는 내가 그 사람에게만은
이제 막 아장걸음마 시작하는
미치게 예쁜 우리 아가에게만은
흔들리는 작은 하늘이겠지
아 우리도 하늘이 되고 싶다.
짓누르는 먹구름 하늘이 아닌, 서로를 받쳐주는
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, 푸른 하늘이 되는, 그런 세상이고 싶다.